[이후경의 마음처방전] 여성 알코올 중독 극복하는 탁월한 처방 셋!

기사승인 2023.03.13  12:52:59

- 2023년 3월호 p94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한국인은 술을 좋아한다. 만남에서 술을 마신다. 예부터 음주가무와 여유로 멋들어진 풍류를 즐겼다. 풍류란 인생과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된 삼매경이다. 

한국 문화는 술에 관대하다. 문화의 중심에 술이 있다. 술을 마시며 집단 정체성을 다진다. 술자리는 신뢰와 친밀감의 상징이다. 

한국 사회는 술 권하는 사회다. 모임에서 술을 권한다. 술 마시는 사람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내가 원해서 마시는 게 아니고,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 여파는 그리 간단치 않다. 알코올 중독자를 양산시켜 놓고 있다. 여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않는다.” 미쳐야 성공하는 시대다. 

중독은 뭔가에 미쳐 판단이 흐려진 상태다. 집착과 강박적 행위가 특징이다. 집착이 생기면 불안해지고, 뭔가를 해야만 해소된다. 

과거는 억압의 시대였다. 뭐든지 참아야 했다. 우울증이 많았다. 현대는 강박의 시대다. 뭐든지 해야만 한다. 성공과 행복을 위해 열심히 뛴다. 현대는 중독의 시대다. 무언가 하나에 빠져 산다. 중독증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다. 중독은 우울의 다른 모습이다. 본질을 망각한 상태다. 

불안이 심해지면 공포가 되고, 더 심해지면 공황이 된다. 공황은 ‘죽을 것 같은 공포’다. 공황 극복에 실패하면 우울에 빠진다. 불안은 강박으로 가기도 하고, 우울도 강박으로 간다. 

우울·불안·강박·공황 모두 중독으로 간다. 불안을 피하려고 중독으로 간다. 우울을 피하려다 중독으로 간다. 

중독은 쾌감을 동반한다. 보상회로가 작동하여 갈망을 유발한다. 도처에 중독으로 유혹하는 대상이 많다. 성(性)·도박·술·마약·게임 등에 중독된다. 운동·일·여행·취미·종교 등 건전한 중독도 있다. 

“술은 악마의 선물이다.”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하고,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은 생각보다 흔하다. 술이 좋아서 마시고, 싫어도 마시게 된다. 술이 들어가야 편안해지고, 술이 떨어지면 불안해진다. 술 생각에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모든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한다. 한 잔하려다 삼차까지 가고, 취하려고 더 마시고, 깰 때 해장술이 필요하다. 블랙아웃이 잦아진다면 치매로 진행 중이다. 

알코올 중독은 습관성 중독과 외상에 의한 중독이 있다. 

습관성 중독은 장기간에 걸쳐 알코올 남용이 의존으로 발전하는 경우다. 중독은 강박적 습관이다. 뇌에 중독 회로가 만들어진다. 습관이 중독으로 가는 데 대략 5~20년이 걸린다. 오랜 기간 마신다고 중독이 되는 건 아니다.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외상에 의한 중독은 아픈 상처를 술로 극복하다가 단기간에 중독되는 경우다. 술이 인생의 멘토가 된다. 외상이 클수록 중독되기 쉽다. 일정 기간 잘 지내다가 힘들 때마다 중독에 떨어진다. 청년실업과 고용불안 등 사회적으로 상처가 많은 젊은 세대에서 흔히 발생한다.

여성 알코올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 남녀평등의 시대에 술자리도 예외가 없다. 여성은 짧은 기간에 중독된다. 에스트로젠이 피크가 되는 배란기에 술에 대한 쾌감이 커진다. 이때 과음하기 쉽고 반복되면 중독으로 간다. 

여성은 외상에 취약하다. 큰 충격을 술로 이겨내는 경우 중독되기 쉽다. 술이 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강박적으로 술에 의존하게 된다. 우울증이 중독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우울할 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울감이 심한 만큼 즐거움도 크다. 중독은 살맛나는 상태다. 술을 마시면 조증이 되고, 우울증에서는 술을 안 마신다. 조울증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여성 알코올 중독 극복하는 탁월한 처방

첫째, 자각이다. 세 가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① “나는 중독자가 아니다.” 중독자임을 받아들이자. 중독자는 중독자와 어울린다. 알코올 중독이기 전에 일중독이고, 일중독이 알코올 중독으로 바뀐다. 

② “나는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 조절 능력이 없음을 받아들이자. 중독은 강력한 습관으로 무의식적 현상이다. 의지로 극복하기 어렵다. 

③ “~ 때문에 술을 마신다.” 중독 성향을 받아들이자. 한 가지에 집중해야만 성공하는 시대다. 일·가족·스트레스는 중독의 원인이 아니다. 중독이 중독의 원인이다. 

둘째, 결단이다.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①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몸이 병들고 있다. 술은 건강을 해친다. 중독은 완벽한 성격에서 온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단주 전에 휴식과 여유가 필요하다. 

②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이 병들고 있다. 술은 뇌를 망가뜨린다. 중독은 조급증에서 온다. 그동안 쫓기며 살았다. 단주 전에 사색과 명상이 필요하다. 

③ “내가 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혼이 병들고 있다. 술은 목적을 잃게 만든다. 중독은 의존적 성격에서 온다. 그동안 매여서 살았다. 단주 전에 의미와 사랑을 찾아야 한다.

셋째, 치유다. 세 가지를 순서대로 시작하자. 

① 상처를 치유하자. 중독 원인은 어릴 적 외상일 수 있다. 충격이 중독으로 전환된 과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외상이 안겨준 교훈도 찾아야 한다. 

② 우울증을 치유하자. 중독 이면에는 우울증이 있다. 넘치는 에너지는 중독으로부터 나온다. 우울증과 중독을 넘나드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우울증은 내재한 부정적인 감정이다.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③ 중독을 치유하자.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 우선 건전한 중독으로 바꿔보자. 매일 걷기부터 시도해도 좋다. 상처와 우울증이 해결된다면 빠르게 회복된다. 단주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이다.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원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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