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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온 국민을 덮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 팁

기사승인 2023.01.09  10:58:01

 

- 2023년 1월호 p50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죽음, 이보다 더 허망한 단어가 있을까! 아무리 가는 데 순서가 없다지만, 많은 시간이 허락되어 있을 거라 믿었던 그들과 우리에게 그날 밤은 깨져버린 유리알의 파편이 되어 박혀 있다.

해는 떴지만 어둠은 가시지 않았다. 부르짖던 소리는 사이렌으로 남아 맴돌고, 살고자 한 그 손들은 환영이 되어버렸으며, 도움을 주던 땀방울에는 힘이 사라져버렸다. 이태원에는 아직 아침이 찾아오지 않았다. 온 국민을 덮친 슬픔! 우리는 어떻게 이 깜깜한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1029 참사’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나도 모르게 많은 눈물을 흘렸다. 누구나 죽음 앞에선 숙연해진다. 희생 앞에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별 앞에서 가슴이 미어진다. 이번 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통하다. 물론 생존자가 가장 괴로울 것이다. ‘내가 잘했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과 후회를 반복하게 된다.

가까운 사람들도 괴롭긴 매한가지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슬픔과 분노가 교차한다. 뻔히 보는 가운데 청년들이 구조되지 못했다. 희망조차 사라지는 무력감, 힘없이 무너지는 신뢰감, 그저 그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유난히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이러한 감정은 쉽게 전염된다. 너무 내 일처럼 느끼게 되면 똑같은 감정에 빠질 수 있다. 온 사회를 극단적인 슬픔과 분노로 몰아갈 수 있다.

 

상처는 초기에 치료해야

몸에 상처가 나면 아프다. 마음에 상처가 나면 더욱 아프다. 트라우마라고 한다. 개인 트라우마는 개인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에서 오는 감정적 상처다. 집단 트라우마는 사회 전반에 충격을 준 사건에서 오는 트라우마다.

상처는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늦어지면 덧나거나 큰 흉터가 남는다. 트라우마를 겪고 나면 정신적 후유증이 남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다. 90%는 한 달 이내에 평소 생활로 돌아오고, 10% 정도가 후유증에 시달린다.

하지만 트라우마의 영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경을 통과한 사람들의 미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절대 불행하지 않다. ‘외상 후 성장’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반복경험은 사건 당시의 고통을 꿈이나 생각으로 다시 겪는 것이다. 공포와 무력감에 빠지고, 사건 당시처럼 느끼고 행동한다.

② 각성반응은 과도한 긴장상태이다. 전화벨만 울려도 깜짝 놀란다. 잠들기가 어렵고, 밥 먹기가 힘들고, 분노가 폭발한다.

③ 회피반응은 사건과 연관된 자극을 피하는 것이다. 흥미가 사라지고, 감정이 무뎌지고, 희망이 사라진다. 약물중독, 대인기피, 편집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기억에 존재한다.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면 마음은 질식한다. 뇌는 충격적인 정보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고, 기억은 통합되지 않은 채 흩어져 저장된다. 기억의 파편은 이물질로 작용하여 오랜 기간 스트레스 증상을 일으킨다.

트라우마는 신념체계를 위협한다. ‘어떻게 나에게 그런 일이….’ 그동안 쌓아온 신념이 산산이 조각난다. 신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안전감, 나에 대한 자존감의 붕괴로 혼란에 빠져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한다.

 

 

트라우마의 3가지 특징

트라우마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상처는 현재로 진행된다. 선명한 이미지를 동반하고, 유사한 상황에서 재현된다. 과거의 고통은 현재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과거에 묶여 현재를 살지 못하도록 한다.

둘째, 충격과 상처는 비례하지 않는다. 충격이 작아도 큰 상처가 날 수 있다. 충격이 커도 전혀 상처가 없을 수 있다. 타고난 체질과 자라온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셋째, 상처는 감출수록 심해진다. 억누르고 싫어할수록 커진다. 드러내고 받아들이면 작아진다.

한국 사회는 트라우마가 만연하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청년실업의 굴레에서 상처를 남기는 일이 계속된다. 붕괴와 참사가 이어지지만, 생존자와 유족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국 사람은 트라우마에 취약하다. 한(恨)이 많다. 수많은 전쟁과 식민지를 겪은 우리 민족의 독특한 정서다. 정(情)이 많다. 공감을 잘하면 상처를 입기 쉽다. 인(忍)을 강조한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 감정을 억누르면 상처가 되기 쉽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 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현재에 집중하자. 인간의 뇌는 불완전하다. 과거를 떠올릴 때도 현재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가 불행하면 과거 상처가 커 보이고,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 상처가 작아 보인다. 인간의 뇌는 바보스럽다. 현재와 과거 사건을 감정적으로 구분하지 못한다. 강한 감정의 사건을 더 현실적으로 느낀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 상처는 무시된다.

그러므로 현재를 확장하자. 우리의 뇌는 과거와 미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재가 머물 공간이 늘 부족하다. 현재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숲속의 빈터와 같은 곳이다. 현재에 깨어있자. 과거 상처가 현재의 실패 원인이 되면 안 된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상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를 살아가자. 과거 상처가 현재를 피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 상처는 중요한 경험이다. 상처를 교훈 삼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얘기하고 또 얘기하자. 가족에게 얘기하자. 상처를 털어놓으면 한결 나아진다. 가벼운 위로에 개의치 말자. 고통이 떠오를 때 나비 포옹을 해보자. 양팔을 교차하여 양쪽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다. 뇌가 끊어진 정보를 다시 처리한다. 친구에게 얘기하자. 처음 얘기를 꺼내기는 힘들지만 두 번째는 쉬워진다. 어설픈 조언에 개의치 말자.

고통이 밀려올 때는 안구운동을 해보자. 양쪽 안구를 동시에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다. 뇌가 조각난 기억을 다시 통합한다. 지인에게 얘기하자. 반복하여 얘기하면 이야기가 구성된다. 섣부른 충고에 개의치 말자. 고통이 떠오를 때 영화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자. 객석에 홀로 앉아 나의 영화를 보는 것이다. 과거 상처가 점점 무덤덤해진다.

셋째, 의연하게 견디자. 맹자가 이런 말을 했다. “하늘이 장차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먼저 마음을 힘들게 하고, 몸을 지치게 하고, 육체를 굶주리게 한다. 또한 생활을 어렵게 하여 하는 일마다 어긋나고 틀어지게 만든다. 이는 본성을 강하게 일으켜 욕심에 대한 인내를 기르게 하여 지금까지 못했던 어떤 일도 능히 감당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늘이 시련을 주는 것은 더 큰 일을 하라는 천명(天命)이다. 고난 가운데 성공이 있고, 안락 가운데 멸망이 있다. 시련과 고통에 의연하게 견디자.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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