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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에도 ESG를...일과 가정의 균형부터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3.02.24 14:46
  •  수정 2023.04.02 22:17

일과 개인의 삶,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작은 것부터, 함께 바꾸고...일이 좋아야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우리 국민은 전통적으로 일과 가정, 이 두 가지 중 일을 더 우선시 해 왔다. 수십 년 전부터 통 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사회조사 결과'는 이러한 국민인식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

2년 전 조사에서 처음으로 '일과 가정생활, 둘 다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일이 먼저'라고 답한 비율을 추월했다. '2021 사회조사'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뚜렷해졌다. 최근 경기침체로 ‘일이 먼저’가 일시 올랐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 균형 잡기, ‘일과 생활’ 균형 잡기, 이른바 ‘워라벨’ 문화가 대세다. 우리 삶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010년 187시간에서 2021년 164시간으로 줄었다. 아직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3번째로 ‘장시간 노동’ 국가다. 노동생산성은 29위고, 삶의 질은 30위다. 열심히 일하는데 능률은 안 오르고, 성실히 사는데 삶은 최악이다. 한국인의 불쌍한 자화상이다. 우리는 인생을 못 즐기면서, 불필요한 야근과 휴일 근무에 지쳐가고 있다. 지친 머리에서 혁신과 창조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다. 그런데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권이다. 직장인의 인생 목표 1위는 화목한 가정이다. 2위인 높은 연봉보다 3배나 높다. 직장인의 꿈 1위는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 최고의 직장은 스트레스 덜한 곳이고, 최악의 직장 상사는 일중독 선배다. 한국인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우리는 매일 일을 위해 삶을 희생하고 있다. 우리는 가정을 포기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이 단절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숨 쉬는 시간 대부분을 일로 소비한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살만큼 돈을 벌면 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과도한 일 중독과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일이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라면, 열정과 보람은 사라진다. 일이 실망과 공허로 채워진다면, 끔찍한 형벌이다. 일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다. 인간은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사회 구성원이 되어, 아픔과 기쁨을 공유한다. 일은 가치를 실현하는 목적이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사회적 정체성, 독창성, 존엄성을 얻는다.

가정이란 무엇일까?

가정은 공동 운명체다. 가정은 서로 달라도 차별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 돕고 사는 곳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미래를 꿈꾼다. 가정은 인간으로서 도리를 배우는 곳이다.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배우자는 배우자답고, 형제는 형제다워야 한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가정에서 배운다. 가정은 사랑의 샘터다. 불평도 많지만, 대우도 최고다. 어떠한 허물과 실패도 받아준다. 가정에서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바깥에서도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존재는 ‘삶의 양식’이다. 하이데거는 역사성·일상성·실존성을 말한다. 역사성은 과거이고, 일상성은 현재이고, 실존성은 미래다. 일상성은 ‘빠져 있음’이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에 빠져 현재를 살고 있다. 호기심과 잡담과 애매함이다. 애매함은 무엇인가. 모호한 태도로 사는 것이다. 철학과 원칙이 없다. 일상성에서 존재를 못 느낀다. 가짜 존재로 산다. 가짜 존재에서 진짜 존재로 나가야 한다. 자기실현이다. 물론 항상 진짜 존재로 머물 수 없다. 가짜 존재로 살다가 퍼뜩 진짜 존재를 깨닫게 된다. “부처는 항상 깨어 있는 자다.”

어느 날 갑자기 불안과 허무가 찾아온다. 아이들이 노는 광경을 보다가, 애인과 함께 거닐다가, 공원을 산책하다가, 건물에 들어서다가 모든 게 낯설어진다.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실존적 불안이다. 하이데거는 ‘심려(心慮)’라 하며, 이러한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존적 결단을 하게 된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알 때, 어떻게 살지를 알게 된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은 ESG경영의 덕목이다. 팬데믹 이후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었다. 삶의 질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MZ세대를 겨냥한 각종 복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생활 균형’ 실천 우수기업 사례가 보고되고,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조례까지 시행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까지 체감하기에는 요원하다. 아직 둘 사이에서 대다수 직장인이 고민하고 있다. 성공적인 직장과 화목한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할까? 아울러 자기계발과 자기실현까지 가능할까?

첫째, 함께 바꿔보자.

우리 모두 뭔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뾰족한 방법이란 게 있지 않을까? 우선 상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동료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어보자. 구조적인 문제라고 요지부동 안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바꿔보자! 주말에는 출근하지 않는 원칙을 실천해 보자. 미움받는 용기가 필요하다. 저녁 있는 삶을 고집하는 원칙을 실천해 보자. 버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꾸지 못할 것은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하자.

둘째,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일주일에 한두 번 꼭,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 30분이나 1시간이면 충분하다. 카페에 홀로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겨보자. 낯선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한 달에 한두 번 꼭, 아내와 오랫동안 안 갔던 레스토랑에 가 보자. 함께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해 보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매주 일요일 아침 꼭, 아이들과 따끈한 식사를 함께 해보자. 할 말이 없고 어색하더라도, 묵묵히 가족의 얘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셋째, 일을 좋아하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일을 통해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을 찾을 것이다.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번 돈을 소비나 유흥에 쓰면서 행복을 찾을 것이다.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복되다. 물론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다. 어떤 일을 좋아하기 힘들다면, 가정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자. 그것도 어렵다면, 미래를 위해 한다고 생각하자. 그것도 어렵다면, 감옥에서 복역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담담히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요한 상태에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복되다. 일하는 기쁨을 누리고, 일의 완결을 즐기자. 일 끝난 후의 휴식을 누리고, 일에서 오는 보상을 즐기자.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이다.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중앙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 <임상집단정신치료>,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선택의 함정>, <아프다 너무 아프다>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원본기사

라이프에도 ESG를...일과 가정의 균형부터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ESG경제 (es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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