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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불쑥불쑥 열등감 들 때 “자신감·자부심 키우고 헌신하라”

기사승인 2023.12.26  10:47:00

- 2023년 12월호 142p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이 세상이 나로 가득 찼을 때 나는 똑똑했다. 멋졌다. 잘났다.

이 세상이 나로 가득 찬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내 일상은 나에게 물었다. 학교에서 등급을 매길 때 ‘다른 애들은 똑똑한데, 너는 왜 멍청해?’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다른 애들은 예쁜데, 너는 왜 못생겼어?’ 무언가에 도전할 때 ‘다른 애들은 잘하는데, 너는 왜 못해?’ SNS 피드를 내릴 때 ‘다른 애들은 잘사는데, 네 인생은 왜 이렇게 없어 보여?’

쌓인 물음들이 나를 옭아맬 때마다, 그들이 부러울 때마다 손톱을 깨물었다.

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다. 거울을 보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일상은 잠깐의 안식과 불안감을 번갈아 선물한다. 찰나의 안도만이 가득한 나의 세상에서 오늘도 나는 눈을 돌리고 손톱을 깨문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네 가지가 있다. 밖으로는 부자와 귀인이 되려 하고, 안으로는 강하고 신령해지려 한다. 부자는 욕심을 안 내는 것이 제일 부자고, 귀인은 이름을 안 내는 것이 제일 귀인이다. 강한 건 싸우지 않는 것이 제일 강하고, 신령한 건 아는 것이 없는 것이 제일 신령하다. 

사람들은 보통 이렇다. 욕심도 안 내고 부자도 못 되는 것은 빈궁한 자다. 이름도 안 내고 귀하지도 못한 것은 비천한 자다. 싸우지도 않고 강하지도 못한 것은 나약한 자다. 아는 것도 없고 신령하지도 못한 것은 우매한 자다. <토정비결>을 쓴 이지함의 통찰이다.

열등감은 남보다 뒤떨어지거나 능력이 없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외모·실력·학벌·집안이 처진다고 생각한다. 열등감은 성장과 동기 부여의 원동력이다. 우리는 열등감을 가지고 태어나고, 경쟁을 통해 열등감을 극복한다. 

열등감은 부러움, 수치심, 질투심, 연민감 등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된다. 사람들은 남이 잘난 것을 부러워하고, 내가 못난 것을 부끄러워한다.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시기하고,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동정한다. 나만큼 잘난 것에 질투심을 느끼고, 나만큼 못난 것에 연민감을 느낀다.

자신감은 열등감의 반대어다. 자부심·자긍심·자존심 등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며 자아개념을 형성한다. 자아개념은 세상에서 비추는 자신의 모습이다. 자아 이상, 자아 이미지, 자부심으로 구성된다. 자아 이상은 이상적인 나이고, 자아 이미지는 현실적인 나이고, 자부심은 나를 좋아하는 정도다. 자아 이상이 너무 크면 열등감에 떨어지기 쉽다. 자아 이미지가 올라가면 자부심이 부풀어 오르고, 자신감도 들어선다. 

자기효능감은 업무 능력에 대한 확신이다. 동기 부여와 성과가 높을수록 확신도 커진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과제를 잘 해내고, 쉬운 과제에서 반대 결과를 보인다. 

자기효능감은 과거 성공 경험에 좌우된다. 작은 경험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 관찰학습은 중요하다. 우리는 벤치마킹을 통해 발전한다. “나는 할 수 있다”와 같은 언어적 설득도 필요하다. 강력한 자기최면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신체적 과로와 정신적 피로는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린다.

지금은 살만한데, 누가 봐도 괜찮은데, 왠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열등감의 덫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① 어려서부터 신체적 결함이 있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다. 어쩔 수 없이 빈궁함과 비천함, 나약함과 우매함 가운데 살았다. 

② 사랑을 지나치게 받거나, 아예 못 받은 경우다. 사랑은 자부심과 자신감의 원천이다. 꽃과 나무도 적당한 물과 양분이 필요하다. 

③ 주위 사람과 지속적으로 비교당한 경우다. 부모가 엄친아를 들먹이며 실망감을 전달했다. “넌 그것도 못하니?” 어려서 늘 남보다 못 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평가된 경우다.

 

열등감에서 벗어나는 탁월한 처방

첫째,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세 가지가 있다. ①의미와 목표 상실이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인생의 뚜렷한 의미와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②미완성 과제다. 모든 일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성취감은 자신감을 증폭시킨다. 대나무가 높이 곧게 자라는 것은 매듭을 잘 짓기 때문이다. ③실패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어릴 적 부모의 파괴적 비판에서 온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어릴 적 부모의 조건부 사랑에서 온다. 아침마다 크게 외치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수 있다. 나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

둘째, 자부심이다. 

자부심은 자기 사랑에서 출발한다. 자부심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 ①나를 좋아하고 존중한다. ②남이 나를 좋아하고 존중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기대는 갈등과 상처만 남길 뿐이다. ③남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자부심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생긴다. 아무도 안 알아줘도 좋다. 소소한 나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보자. ‘이만큼이면 아주 잘한 거야!’ 사소한 나의 행위를 찾아 격려해 보자. ‘이대로라면 잘하고 있는 거야!’ 일이 마무리되면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자. ‘이번엔 맛난 한우 구이!’ 쪼그라들 때마다 이렇게 외치자.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정말 좋다.”

셋째, 헌신이다. 

헌신이란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헌신해 보자. 누구나 하나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한 가지만 잘해도 성공하는 세상이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에 집중해보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일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해 보자. 어떤 보상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생면부지의 남을 위해 헌신해 보자. 나의 작은 힘이 남에게 큰 힘이 될 때 자신감이 들어선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때 자부심이 올라간다. 이지함의 통찰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대인(大人)이란 욕심도 내지 않고 능히 부하고, 출세도 하지 않고 능히 귀하다. 싸우지 않고 능히 강하고, 아는 게 하나도 없고도 능히 신령하다.”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원본기사

건강다이제스트 모바일 사이트, [이후경의 마음처방전] 불쑥불쑥 열등감 들 때 “자신감·자부심 키우고 헌신하라” (ikun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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