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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신뢰자본 깍아먹는 "변덕쟁이"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3.11.06 00:08
  •  수정 2023.11.06 00:17

'변덕쟁이'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방해
이해해 보고, 기대를 버리고, 단호히 대처해야

                             이후경=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ESG경제 칼럼니스트

경계성 성격이란 게 있다. ①불규칙한 업무수행, ②예측불허의 성격, ③부정적인 정서로 특징짓는다. 탁월한 능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이다가도, 갑자기 일을 형편없이 처리해 상사를 놀라게 한다. 회사에 대해 비난과 불평을 일삼다가, 갑자기 충성심을 발휘하여 동료를 당황하게 한다. 자주 분노와 적대감, 우울을 호소하며, 갑작스러운 충동적, 파괴적 행동으로 부하를 궁지로 몬다. 보통 변덕쟁이라 부른다.

 

어떤 때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마디로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도 안 되는 그런 성격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드는 성격이다.

 

변연계는 감정의 뇌다. 해마와 편도가 핵심 기능을 한다. 해마는 단기기억을 저장하고, 편도는 감정을 저장한다. 해마는 기억저장소이고, 편도는 감정 증폭기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은 생후 2년 동안 생각이 없고 감정만 존재한다. 뇌에서 편도가 먼저 생기고 해마는 2년쯤 뒤에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살 이전의 경험은 편도에만 저장된다. 우리는 말하기 이전 경험에 대해 전혀 기억 못 한다. 하지만 기억이 없는 건 아니다. 기억에는 생각 기억과 감정 기억이 있다. 해마는 생각 기억을 담당하고, 편도는 감정 기억을 담당한다. 보통 강렬한 감정이 동반될수록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해와 설명이 안 되는 부정적 정서가 강렬하다면 영아기 상처 경험과 연관된다.

 

변덕쟁이는 매우 불안정하다. 자아 정체성이 불투명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평가에 일관성이 없다. 그는 어려서 불안정한 가정에서 성장했을 것이다. 자라온 환경이 늘 불안정했기 때문에 안정된 환경을 불편하게 느낀다.

 

아니, 안정된 가정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영아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특히 거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거절 안 당하려고 과도로 잘하고, 거절 여부를 늘 테스트하고,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미리 거절한다.

 

거절의 덫에 걸린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결국 혼자 남아 아무도 곁에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가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도, 배우자가 업무로 딴 사람을 만나도, 최근 알게 된 사람이 연락을 안 해도 자신을 배신한 것처럼 느낀다.

 

남녀관계에서도 급격하게 매력을 느끼고 상대를 완벽한 사람으로 지각하다가, 일상적인 사소한 일로 크게 실망하고 상처받는다.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동안에도 자주 외로움을 호소하고 ‘사랑해’, ‘보고 싶어’라고 말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속한 관계가 깨질 위험에 처하면 극심한 거절 공포를 피하려고 분노와 적대감을 보이고, 심지어 복수심과 파괴적 행동으로 발전한다.

 

회사에서 변덕쟁이와 일하게 된다면?

회사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 모두가 정상적일 수 없다. 엉뚱한 사람, 이상한 사람, 괴팍한 사람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비상식적이 되고, 엉뚱한 사람이 상식적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창의성을 요구한다. 창의성은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도 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성공하는 사람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이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지는 않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적합한 사람이 적합한 곳에 있어야 한다. 적합한 사람이 모두 상식적인 사람은 아니다. 회사는 다양한 특성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변덕쟁이는 조직을 균열시키고 불신을 조장하고 ESG 내재화를 망가뜨린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방해한다. 현대인은 보통 회사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을 살아간다. 상사, 동료, 부하 중에 변덕쟁이가 있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이해다. 공감적 이해란 게 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의 주관적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마음의 문을 열면, 그의 삶과 언어와 목적이 보이게 된다. 그래서 함께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다. 아니 최소한 미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변덕쟁이의 심층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도사리고 있다. 공감적 이해는 그에게 신뢰를 주고 내면을 볼 수 있는 힘을 주며 변화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둘째, 중립성이다.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전혀 기대를 안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쩌거나 한 팀이 되면 일정 기간 함께 가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길 수 없다면 어떡하나?

희랍철학에 에포케라는 말이 있다. 판단중지! 모든 판단을 중지하는 것이다. 변덕쟁이에게 ‘비폭력 대화법’을 적용해 보자. ①모든 판단을 중지한다. ②상대의 감정을 느껴본다. ③상대의 의도를 파악한다. ④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또 ‘피드백 기법’을 적용해 보자. ①모든 판단을 중지한다. ②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③진정한 감정을 전달한다. ④진정한 의도를 전달한다.

 

셋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상사와 동료가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회사는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이다. 아무리 진정성이 있어도 인간관계의 오해와 왜곡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는 심리치료를 통해 성격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와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명과의 신뢰관계가 성공적인 대인관계로 성장할 수 있다. 요즘 좋은 약물이 많이 개발되었다. 분노와 적대감, 정서 불안정에는 기분조절제가 탁월하다. 항우울제, 항불안제도 큰 도움이 된다.

[이후경=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이다.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중앙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 <임상집단정신치료>,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선택의 함정>, <아프다 너무 아프다>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원본기사

조직 신뢰자본 깍아먹는 "변덕쟁이"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ESG경제 (es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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