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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일중독’ 탈피...삶에도 ESG를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3.07.14 17:30
  •  수정 2023.07.14 18:06

‘일중독’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 못해
내가 ‘일중독자’라면?...멈춤, 충전, 계획으로 풀자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한국인은 미쳤다.” 대기업 임원으로 일했던 한 외국인의 표현이다. 한국은 강박적인 일중독 사회다. 2022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일본, 그리스와 비슷하며 콜롬비아, 튀르키예 단 두 나라가 한국보다 낮다. 2021년 기준 한국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99시간 많은 1,915시간이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다음이다.

현대는 강박사회다. 현대인은 뭐든지 해야만 한다. 성공과 행복을 향해 달려간다. 성공은 분명한 목표다. 성공학전문가 트레이시는 이렇게 말한다. “목표 없는 사람은 평생 목표 있는 사람을 위한 종신 노동형에 처한다.”

행복은 분명한 목적이다. 자기계발의 선구자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란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성공이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는 것이고,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중독은 본질을 망각한 상태

현대는 중독사회다. 중독은 강박적 습관이다. 강력한 습관으로, 일단 생각나면 안 하고 못 배긴다. 중독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술·약물·섹스 중독 같은 것도 있다. 부정적 중독이다. 골프·여행·종교·공부 등 긍정적 중독도 많다. 긍정적 중독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단 떠오르면 꼭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독이란 무엇인가. 가장된 우울이다. 우울의 다른 모습이다. 본질을 망각한 상태다.

현대인은 뭔가 하나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중독은 살맛 나는 상태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상처를 잊게 한다. 중독의 즐거움은 삶의 동력이다. 하지만 거짓 열정이고 가짜 에너지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중독 이면에는 공허가 꿈틀거린다. 우리는 공허를 견뎌야 한다. 공허는 삶의 무의미함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의 파수꾼이다. 진짜 문제는 공허함을 고요함으로 바꾸지 못하는 데 있다. 현대인은 공허를 피하려고, 짜릿한 자극을 쫓아 기웃거린다. 그 사이 삶의 진정성은 통째로 증발한다.

중독은 도파민 결핍에서 온다. 도파민은 행복 호르몬이다. 동기와 목적을 부여한다. 뇌의 식량과 같다. 현대인은 불행하다. 과도한 정보에 시달리고, 인정과 칭찬에 굶주리고, 노력만큼 보상도 못 받는다. 도파민이 항상 부족한 상태다. 현대인은 각종 자극을 통해 도파민을 공급받는다.

노력 없는 즉각적인 보상은 위험하다.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수용체가 무뎌진다. 같은 쾌감을 유지하려고, 더 많은 도파민을 요구한다. 이것이 중독의 나락에 빠지는 기전이다. 중독은 쾌감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일중독과 무한경쟁 부추겨

일이란 무엇인가.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살만큼 돈을 벌면 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과도한 일중독과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일이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라면, 열정과 보람은 사라진다. 일이 실망과 공허로 채워진다면, 끔찍한 형벌이다. 일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사회 구성원이 되어, 아픔과 기쁨을 공유한다. 일은 가치를 실현하는 목적이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사회적 정체성·독창성·존엄성을 얻는다.

한국은 일중독 사회다. 일을 사랑하고, 일할 때 가장 즐겁다. 쉬는 날 없이 계속 일하고,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현대인은 개미처럼 일하도록 요구받는다. 모든 교육과정은 일꾼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성공을 부추긴다. 동물에겐 생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에겐 성공 욕구가 있다. 어릴 때부터 일과 성공에 길들어진다.

일과 성공은 자본주의 토대이고, 일중독은 자본의 산물이다. 한국인은 왜 일을 많이 할까?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가정·학교·학원에서 공부에 내몰렸다. 언제 어디서나 듣는 소리는 “공부하라”라는 한마디다. 나이 들어 공부중독이 일중독으로 바뀌어, 강도 높은 노동에 익숙해진다.

일중독은 사회적 피해를 끼친다. 중독은 관계의 상실과 파괴를 초래한다. 일중독은 일에 자신을 과잉 적응시킨 상태다. 일 이외 전혀 관심이 없다. 일중독은 전염성이 있다. 주위 사람에게도 일중독을 요구한다.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파탄으로 몰아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최고의 직장은 스트레스 덜한 곳이고, 최악의 상사는 일중독 상사다.

 

일중독은 삶의 소진을 가져와

일중독은 개인적 소진을 가져온다. 소진(Exhaustion)이란 만성 스트레스로 만성피로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우울·수면장애·의미상실 등을 보인다. 스트레스는 몸과 맘과 혼을 동시에 망가뜨린다. 만성피로는 면역력 저하로 고혈압·당뇨병·암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소진(Burnout)이란 감성 에너지가 고갈되어 생기는 뇌의 피로 현상이다. 무기력·자기혐오·직무거부 등을 보인다. 감성소진은 보상 기전으로 술·도박·섹스 등 중독질환으로 이어진다.

직장인 일중독은 ESG의 적이다. 본인의 삶은 물론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좀먹을 수 있다. 조직원의 심신이 소진하면 기업에도 절대 이롭지 않다. 단기 성과를 위해 조직원을 망가뜨려선 안된다.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멈춤(Stop)이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보자. 일중독은 일종의 도피 행각이다. 중독의 이면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다. 가난·몰락·실패·무능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면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 하던 일을 멈추어 보자. 중독과 건강의 차이는 “현재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룰 수 있는가?”에 있다.

우선 일중독을 스스로 인정하자.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극복하는 게 어렵다. 노동시간의 단축, 직장문화의 개선 등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둘째, 충전(Recharge)이다.

뇌의 피로는 이성적 명령으로 쉬게 할 수 없다. 오히려 걱정과 잡념이 더 커진다. 그나마 남아있는 감성 에너지가 방전된다. 뇌의 휴식은 감성적 충전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다.

감성 에너지는 우리에게 열정·의미·동기·영감의 동력이다. 인간은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감성 에너지는 소통을 통해 충전된다. 운동·취미·놀이·명상을 통해 충전된다.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

 

셋째, 계획(Scheduling)이다.

일중독은 중독의 속성상 중단하기 어렵다. 일은 생계에 직결되고, 다른 중독에 비해 큰 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획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일중독자는 철저히 일정을 관리한다. 우선 자신의 일정에 다른 계획을 넣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빡빡하더라도 운동하는 시간과 악기 배우는 시간을 넣어보자. 불안하더라도 가족과 대화하고 친구와 잡담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차츰 진행하면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천천히 일에 대한 집착을 떨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물어보자. “뭐 재미있는 다른 거 없을까?”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이다.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중앙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 <임상집단정신치료>,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선택의 함정>, <아프다 너무 아프다>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원본기사

직장인 ‘일중독’ 탈피...삶에도 ESG를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ESG경제 (es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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