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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대립의 시대 협상의 기술…먼저 주고 원하는걸 받아라

최초입력 2017.04.21 04:07:02

 

최근 한국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선거 등 정치적인 사안을 두고 서로 반대되는 집단의 의견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자신만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 생각할 정도로 각자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고집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사실 정치집단 간, 지역 간, 세대 간, 빈부계층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사 간 등등 곳곳에 팽배해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의 중요한 원인은 상대방을 이기고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겠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가 행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와 같은 현상은 기업 협상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수년 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연구년을 지내며 협상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수업 중 두 명씩 짝을 지어 그중 한 사람에게 주어진 봉투 속의 돈을 상대방과 얼마씩 나누어 가질지 협상을 통해 정하는 모의실험을 하게 되었다. 일단 돈을 받은 사람이 금액을 확인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주겠다고 제안해서 상대방이 수용하면 그대로 돈을 나누어 가지고, 만일 상대방이 그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둘 다 돈을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100달러를 얼마까지 적게 제안했을 때 상대방이 그것을 수용할 것인가를 고심한 끝에 아주 적은 금액을 제안했다. 석사과정 학생인 상대방은 내게 주어진 돈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를 의심했을 수도 있지만 거절하면 자신이 가져갈 것이 없을 것이므로 내 제안을 수용했다. 나는 속으로 성공적으로 게임을 완수했다고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모든 결과를 공개해 보니 100명에 가까운 참여자 중에서 내가 제일 많은 돈을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는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당황했다. 한국에서 온 중년의 교수가 젊은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탐욕스럽게도 다 차지해버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 사회의 대립적 사고에 익숙해 있던 나는 모르는 사이에 이 협상을 '이기고 지는 승패의 게임'으로 바라보았고 결과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힘을 이용해서 소위 '갑질'을 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 학생들은 어떻게 나누는 것이 합당하고 정의로우며,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인가를 생각했고 의외로 느껴질 만큼 상대방에게 후한 몫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협상은 결국 상대방과 우리 중 누가 이기는가 하는 싸움"이라는 명제에 동의하는지 조사해 보니 100명 중 24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대립의 패러다임에 젖어서 경쟁적인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간에는 신뢰수준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뢰수준이 낮으면 상대방에게 제시한 호의나 윈윈을 위한 제안이 빌미가 되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상대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게 된다. 앞의 모의협상을 예로 들면 한쪽이 상대를 의심하고 불만을 느껴 제안을 거절하여 양자가 모두 돈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양자가 모두 이기고 만족하는 윈윈협상이 이루어지려면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끌어가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업 초기 부족한 자본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콜마와 합작사업을 추진했다. 윤 회장이 합작사업을 제안하자 일본콜마는 자신들이 지분 51%를 소유하겠다고 주장했다. 통상 서로 지분을 더 차지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상식이나, 윤 회장은 오히려 일본 측이 80%를 가지고 자신은 20%만 달라고 의외의 제안을 했다. 아울러 "오너십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오직 일하고 싶을 뿐"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에 감동한 일본콜마는 도리어 윤 회장에게 51%의 지분을 갖도록 하여 합작회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윤 회장이 보여준 일에 대한 열정과 비전이 사업에서 신용과 인격을 중시하는 그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이는 전폭적인 신뢰의 기반이 되었고, 이후 일본콜마와의 협상은 모든 면에서 원활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신뢰만으로 성공적인 협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윈윈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과 상대방이 협상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분히 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받는 것이 윈윈협상이다. 특수기술을 가진 강소기업 A와 유통채널을 가진 대기업 B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협력을 하고자 한다면 강소기업은 자신이 가진 기술을 충분히 제공하여 우수한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대기업은 자신이 가진 유통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해야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서로 협력하여 전체 파이를 최대한 키움으로써 양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Pareto)는 이와 같이 양자가 얻게 되는 가치의 합이 극대화되는 것을 파레토의 최적화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림의 '가' 지점). 반면 서로 자기가 가진 것을 충분히 내놓지 않아 원하는 것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타협하는 절충(compromising)의 대안은 진정한 윈윈이 될 수 없다. 어중간한 기술의 제품을 어중간한 채널을 통해 제공하게 된다면 더 나은 '가'라는 합의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점에 이르지 못해 '협상테이블에 돈을 남겨둔 채 나오는(Leaving money on the table)' 결과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그림의 '나' 지점). 그림 속의 '가' 지점이 '나' 지점에 비해 A기업이 가지게 되는 효용가치와 B기업이 가지게 되는 효용가치가 동시에 크므로 당연히 '가' 지점에 도달해야 하며, 이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윈윈의 통합적 협상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가 원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덜 중요하지만 상대방에게는 더 중요한 것을 충분히 주고, 상대방에게는 덜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것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주고받는다는 말을 한다. 받고 주는 것이 아니라 주고 받는 것이다.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서로 먼저 받은 다음에 주려고 하면 협상은 한 걸음도 나가기 어렵다. 신뢰라는 기반 위에서 충분히 주고 충분히 받을 때 비로소 윈윈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협상을 이기고 지는 대립의 게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기업에서의 협상은 물론 이 사회에 팽배한 대립과 갈등을 푸는 실마리는 신뢰에 기반한 통합적 협상의 시각에서 찾을 수 있다.

[조남신 한국외대 경영대 교수·'돈을 남겨둔 채 떠나지 말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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