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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뽑아 체계적 훈련…`용인술의 大家` 세종과 잡스

 

안갑성 기자 입력: 2018.03.23 04:05:03

 

한국경영硏·매일경제 세종대왕 리더십 세미나 ③ 세종의 인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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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권혜진 세종이노베이션 대표가 세종대왕의 리더십과 변화관리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잘나가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옆자리에는 누가 앉을까.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CEO는 인공지능(AI) 연구를 전담하는 `구글 브레인` 맴버와 같은 층을 쓴다. `브레인 랩`을 총괄하는 엔지니어 제프리 딘과 AI 신기술 연구자인 이언 굿펠로 같은 이들은 피차이 CEO의 지근거리에서 일한다. 페이스북은 자체 AI 연구소를 본사에서 7마일(약 11㎞) 떨어진 곳에 만들면서 동시에 AI 연구자들에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회의를 여는 콘퍼런스룸 근처에서도 일하게 했다. 마이크 슈로퍼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팀은 마크 저커버그, 셰릴 샌드버그 COO와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로 가까웠다"고 밝힌 바 있다.

 

점차 많은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본떠 CEO 옆에 당장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AI 연구자들을 앉히고 있다.


일상적인 격변의 시대 조직문화는

1995년 자신의 저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에서 `변화관리`를 처음 제시한 존 코터(John Kotter)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명예교수는 20년간 `변화관리`의 대가로서 기업 리더들이 참고할 만한 실질적인 변화관리 모델을 제안해 왔다.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변화를 정착`시키라는 것으로 끝나는 8단계 모델은 많은 기업과 컨설턴트들이 `변화관리`의 바이블로 삼아 왔다.

코터는 2014년 출간된 `가속화하라(Accelerate)`를 통해 변화관리에 대한 세 가지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첫째는 조직 내 동시다발적이고 상시적으로 `변화관리`가 작동하는 것. 둘째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자발적으로 변화관리에 참여시킬 것. 셋째는 유연하고 높은 적응력을 발휘하는 조직문화와 환경 조성하기다.

이는 일상적으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특정 변화관리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대신 조직문화를 적응 역량이 뛰어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이다. 결국 조직의 리더들은 기존 핵심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변화에 뒤처지지 않게 하는 난제에 부닥치게 된다.

`탁월함`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국내외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한국의 조직과 리더들도 `변화관리` 난제에 고민하게 됐다. 기존의 성과와 탁월함을 유지하면서도 예측이 어려운 미래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7일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사)한국경영연구원,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소장 박현모), 세종이노베이션(대표 권혜진) 등과 함께 2018년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특별기획 연간 세미나 `변혁기 혁신전략-세종대왕에게 길을 묻다` 제3회를 맞아 `변화관리` 전략에 대한 한국적 리더십을 모색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권혜진 세종이노베이션 대표와 토론자로 나선 유태영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는 `변화관리`를 위한 리더십과 혁신전략을 제시했다. 이들은 세종의 교육과 인재경영 철학을 토대로 `현실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학문`(적용지학·適用之學)을 연마한 핵심 인재 육성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고 애플을 세계 굴지 IT기업으로 키운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와 세종의 리더십이 가진 공통점으로 조직 수뇌부의 `수준 관리`와 `학습관리` 두 가지가 일맥상통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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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관리`하는 리더의 조건

강연에 앞서 토론자로 나선 유태영 교수는 현재 한국이 처한 문제 상황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과 교육 현장이 처한 공통의 문제로 첫째는 창의성의 부재, 둘째는 소통 부재를 손꼽았다.

그는 "일류 대학과 일류 기업이 있음에도 타국과 비교할 때 탁상공론이 많고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여전히 국내 조직의 70%는 군대식 상명하복으로 운영되고 있고, 교육 현장과 경영 현장이 서로 괴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권혜진 대표는 `변화관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탁월함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리더의 능력을 먼저 거론했다. 2011년 출판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스티브 잡스는 "내 열정의 대상은 사람들이 동기에 충만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잡스의 동기는 개인적인 부의 축적이 아닌 위대한 제품, 영속적인 회사 두 가지였다. 위대함을 영속하게 만들 수 있었던 사례로 권 대표는 잡스와 세종대왕,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동일한 선상에 놓고 평가했다.

적용지학(適用之學) 지닌 인재 중용

"지금 못난 자들까지 함께 뽑아서 어디에 쓸 것인가?"(세종실록 25년 9월 11일)

김종서가 과거시험 합격 정원을 33명에서 5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하자 세종이 한 대답이다. 정원을 채우기 위해 무능한 인재까지 채용하고 조직에 배치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잡스도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설립자에게 "회사가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B급 직원들로 채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블로킹과 태클을 취해야 하는지 알려줬다"고 회고한 바 있다.

권 대표는 조직의 핵심 계층인 수뇌부의 질적 수준을 탁월하게 관리한 게 세종과 잡스 리더십의 제1공통점이라고 밝혔다. 최상부 리더십 그룹을 탁월한 인재로 채우면 조직은 탁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우수한 인재를 뽑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수함을 유지하기 위한 학습도 강조했다. 세종대 태평성대의 비결은 탁월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일한 덕분이다. 이를 위해 세종은 고전을 깊이 이해하는 것을 일차적인 `탁월한 인재`의 조건으로 봤다.

세종이 중용한 신숙주, 정인지 등의 핵심 수뇌부는 모두 후대에도 `경사(經史)`와 `고금(古今)`에 모두 통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세종은 단지 고전을 단순 암기한 것이 아닌 마음에 새긴 교훈과 이를 현재에 적용하는지를 토대로 인재를 평가했다. 그래서 세종은 "경연에서 좌전, 사기, 한서, 강목, 송감에 기록된 옛 일을 물으니, 다 모른다고 말했다. 요즘 선비들은 말로는 경학을 한다고 하나, 이치를 궁극히 밝히고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세종 7년 11월 29일)고 말했다.

반면 정승 황희에 대해서는 "경은 세상을 다스려 이끌 만한 재주(경세지재·經世之才)와 실제 쓸 수 있는 학문(適用之學)을 지니고 있도다"(세종 10년 6월 25일)라고 극찬했다.

권 대표는 "2009년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의 핵심적인 구조 설계를 맡은 일본 조다이(長大)의 하마지(浜島)라는 기술자 한 명이 보유한 경험과 기술이 국내 교량 설계업계 전체 역량 이상이라고 평가받았다"면서 "현장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의 경험을 우대하고 계승해 유용한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핵심 임원들 `유효학습` 시켜라

권 대표는 잡스와 세종 리더십의 제2공통점으로 `수뇌부의 유효학습` 촉진을 제시했다.

권 대표는 "잡스가 임원들과 인문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고 항상 제품을 토대로 허심탄회한 회의를 진행했다"며 "세종 역시 관료들과 고전을 두고 토론을 벌였지만 그들이 고전 내용을 몰라서 독서를 한 것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또 그는 "잡스와 세종이 유효학습을 할 수 있었던 관건은 일상에서 놓치는 부분에 대한 집중이었다"며 "세종은 유효학습을 위해 관료들이 공감 가능한 고전을 함께 읽고 경연에서 토론하며 국정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경우의 수마다 사전 검토와 예측을 한 게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종은 유효학습을 위해 "경서를 깊이 연구하는 것은 실용하기 위해서"(세종 7년 12월 8일)라든지 "산수 배우는 것이 임금에게 필요 없을 듯하나 나는 알고자 한다"(세종 12년 10월 23일)고 말하는 등 실용주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또 재위 기간 1900회 가까이 진행한 경연으로 집단적 문제해결 능력을 `그룹스터디` 같은 형태로 육성했다.

※ 주최 : 한국경영연구원 매일경제신문사
※ 후원 : 재단법인장은공익재단 세종리더십연구회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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