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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의 동서고금 경영학] (1) 손자병법


서진영 경영학 박사·철학 박사, 자의누리 경영연구원 원장

서진영 경영학 박사·철학 박사, 자의누리 경영연구원 원장

소년과 15배 큰 거인의 한판 승부,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하늘(天時)은 그렇게 열렸다. 그런데 5라운드가 끝나자 오히려 거인이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7월 한국에 한·미 FTA 개정·수정 협상을 공식 요청한 것이다. 무역적자가 협정 발효 전인 2011년 116억달러에서 발효 이후인 2016년 233억달러로 늘어 무역 불균형이 두 배로 증가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거인은 게임 자체를 무효로 하자고 소리지르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해답은 소년이 밟고 선 땅(地利)에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자 한반도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아홉 가지 지형인 구지(九地) 중에서도 '구지(衢地)'가 되었다. 네거리 구(衢)를 쓰니 주변국들이 오고 가는 중요한 통로가 되는 땅을 말한다.

한·미 FTA 5년, 한국은 衢地가 됐다
 

손자병법의 아홉 가지 지형(九地)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篇)을 보면, '제후의 땅으로서 삼면이 이웃 나라와 접하여 있는 지점을 누구나 선점하면 천하의 백성을 모으게 되고 이런 곳을 '구지(衢地)'라고 한다. 구지는 '사방으로 통한다'고 했다. 손자는 구지에서는 구지즉합교(衢地則合交)라 하여 여러 나라와 적극적인 외교를 맺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한·미 FTA 발효 당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약 15배가 되는 거인 미국을 상대로 맞으며 산업별 경쟁력을 비교하기 바빴다. 예를 들어 자동차·섬유·전자제품 분야는 유리하고, 농축수산업·서비스 시장은 불리하다는 식이다. 그러니 연일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이차원적, 2D로 분석해서는 본질을 볼 수 없다. 구지의 땅에서는 둘만의 게임이 아니라 주변국들이 오고 가니 조금 더 복잡한 3D의 게임이 펼쳐진다.

2012년 체결 당시 한국은 이미 유럽연합(EU), ASEAN(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 EFTA(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인도, 싱가포르, 칠레, 페루와 FTA를 체결하고 있었고 여기에 미국이 더해졌다. 그런데 미국은 사정이 달랐다. 숫자로 보면 비슷할지 모르나 당시 미국이 FTA를 체결한 나라는 NAFTA(캐나다·멕시코), CAFTA-DR(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도미니카공화국), 모로코, 바레인, 싱가포르, 오만, 요르단, 이스라엘, 칠레, 콜롬비아, 파나마, 페루, 호주였다. 여기에 한국이 등장한다.

이렇게 체결한 나라를 모두 열거한 것은 이유가 있다. 미국의 당시 FTA 체결 국가를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펴보자. 대부분 무역 중심 국가이거나, 자원 수출 중심의 국가들이다. 여기에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독보적으로 추가되었다.

어떤 의미일까. 예를 들어 EU에 속한 독일에서 자동차 부품 하나를 미국에 수출하려고 한다고 할 때, 제품 수출 원가가 100달러라고 하고, 관세를 10%라고 가정하면 미국에의 공급 원가는 110달러가 된다. 그런데 독일 자동차 회사가 한국에서 동종의 자동차 부품 회사를 찾아 나섰다. 우수한 한국의 제조업체는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좋은 품질로 80달러 정도에 제품을 생산해서 제공한다. 여기에 추가적인 관세 부과 없이 미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으니,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 원가는 그대로 80달러에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 110달러에 수출하던 것을 80달러에 수출한다면 앉아서 30달러 약 30%의 수익이 발생한다. 심지어 같은 원가라고 해도 관세만큼의 이익이 발생한다. 왜 한국을 경유하지 않겠는가.

소년이 서 있는 땅은 그간 체결된 FTA를 통해 모든 외국과 인접해 있는 지역인 구지(衢地)가 됐다. 손자는 먼저 그곳을 장악하는 자가 모든 국가의 신망을 얻는다고 했으니, 세계의 경제 플레이어들이 한국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대해 한·미 FTA를 통해 절대적 원가 우위를 가지고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공업국가인 한국의 지위를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수치로 봐도 한·미 FTA 5년 동안 세계 교역 규모는 18조3000억달러(2011년)에서 16조5000억달러(2015년)로 10% 감소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교역 규모는 같은 기간 1000억달러에서 1150억달러로 15% 증가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의 제품별 서비스별 경쟁력을 비교하여 FTA의 득실을 따진 것이 2D라면 이제 세계지도를 펼치고 눈을 들어 3D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손자병법
/정다운

자만하게 해 본심을 파악하라

천시와 지리가 만들어낸 현재의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지혜는 역시 사람(人和)에 있다. 거인이 재협상을 요구하니 무엇보다 먼저 재협상에 적극적으로 지혜롭게 임해야 한다.

첫째,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篇)에서 전쟁의 승리는 재어순상적지의(在於順詳敵之意), 적의 의도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데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FTA의 폐기까지 주장하는 것이 진심인지, 본 협상을 위한 지렛대 전략인지, 미국 내 한·미 FTA 반대 또는 지지 세력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완벽히 파악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계편(始計篇)의 비이교지(卑而驕之) 전략도 쓸 필요가 있다. 손자는 '머리를 숙이고 낮은 자세로 상대방을 대하면, 상대방은 더욱 자만심에 빠져 반드시 본심과 본성을 드러낸다. 이렇게 방심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본심을 알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협상팀이 상대방의 속셈을 알아내기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더라도 모두가 믿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

둘째,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의 다산승, 소산불승(多算勝, 少算不勝)을 기억해야 한다. 즉 전쟁의 승패는 얼마나 곰곰이 생각하고 검토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철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나서면 반드시 지기 마련인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세계 경제 국가들의 한국을 경유한 무역 등에 대해 자료를 제시하며 2D 평면 전략이 아닌 3D 입체 차원의 협상 전략을 펼쳐야 한다. 또 한국은 상품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반대로 서비스 무역에서는 144억달러 적자임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를 경유해 미국의 서비스 산업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 셋째, '손자병법' 병세(兵勢)편의 여지적필취지(予之, 敵必取之) 전략이 중요하다. 적에게 무엇인가 주면서(予之), 적이 그것을 취하려고 덤비도록 하는 것(敵必取之)이다. 여지적취(予之敵取)라고 줄여서도 이야기하는데, '관자' 목민편의 여지위취(予之爲取), '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와 노자 '도덕경'의 대여대취(大予大取), '크게 주면 크게 얻는다'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명분을 주고 실리는 공유하자

미국을 이끌고 있는 트럼프는 과연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언제나 국민들의 이익을 첫 번째로 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두 번째나 세 번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맹자가 양혜왕에게 일갈한 하필왈리(何必曰利), '하필이면 왜 이익이 되는 것만을 말하는가'를 떠올린다. 한국과 미국은 단순히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서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익을 위해 함께하는 친구 관계를 넘어서,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혈맹(血盟)이다. 한·미 간의 관계는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이익보다 더 큰 명분을 주어 만족하게 하고, 실리(實利)는 둘 다 공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0/2017102001828.html#csidxf62996ba6d4443184b2e68fb355f1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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